티스토리챌린지 21

금성전자레인지 요리안내

는 모델마다 약간 버전이 다르다. 지금 부모님 집에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는* 이 책은 금성 전자레인지 ER-917HSB의 제품 매뉴얼 겸 그것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와 그 조리법에 대한 안내서이다. 이 책은 기억하기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전자레인지와 구성 부분에 대한 소개 및 설명, 사용할 때의 주의점과 고장 관련 사항 Q&A, 그리고 분량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챕터. 이 전자레인지가 첨단 공학과 기술 개발 역량의 집적체로 여겨졌다는 것은 본체에 달려있는 수많은 버튼을 통해, 또 당시 광고로도 여실히 알 수 있지만 개발사에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이 물건의 우수성과 첨단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강조할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 에서는 이런 야심 가득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챕터 ..

2024.11.17

점복이 없는 날

나점복을 처음 본건 2007년 대학 졸업반 때였다. 동아리방에 갔더니 엄청나게 껄렁대는 처음 보는 애가 있었는데 인사도 안하고… 그래서 전 뫄뫄 학번 누군데 님은 누구신지? 하고 먼저 인사를 했다. 나점복은 공학대학 신입생이었다. 그는 나를 잘 따랐다. 나는 후배 나점복을 귀여워했다. 언젠가 그는 연애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나는 잘 들어주었다. 그 작은 모임 안에서 둘은 참 요란하게도 사귀었다… (나도 사귀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요란하진 않았다…) 나는 졸업했다. 나점복은 군대를 다녀와 복학했다. 나점복과는 연락을 종종 주고받으며 가끔 만나기도 했다. 나는 나점복을 좋아하게 됐다... 그래서 계속 접근해 껄떡거렸다… 2011년 7월 나점복과 나는 사귀게 되었다. (예스!) 그리고 6년 후 ..

2024.11.16

우리동네 미술부

한 곳의 출판사에서 디자이너로 오래 일했더니 드물게 직업 관련 특강이나 토크를 할 기회가 생겼다. 뭐... 그냥 내가 하는 일을 소개하면 된다. 쉽지는 않다. 그리고... 질문을 받아야 한다...  디자이너의 채용 공고는 주로 언제쯤 올라오고, 어느 곳에 올라오나요? 편집자 채용 공고는 출판사들의 SNS를 통해 자주 봤는데, 북디자이너는 본 적이 없어 궁금합니다! 따로 채용 시기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공석이 생기면 올라옵니다. 공석이 잘 안 생깁니다… 잘 안 올라옵니다… 좋아하는 출판사가 있다면 먼저 문을 두드려보세요. sns에서 포트폴리오나 작업물을 올리고 외주 작업 형태로 경험을 쌓아나가거나 취업과 연계된 SBI 등의 출판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방법도 있습니다. 각 출판사 사이트 혹은 북에디터라는 사이..

2024.11.15

내 휴식과 이완의 해*

올해 하반기부터 아무 곳에도 소속되지 않고 보수를 받는 노동도 하지 않는 소위 를 보내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고 책을 한 권 작업하긴 했다. 쓰고 나니 이상한 말이네. 그런데 사람들한테는 아무것도 안 했다고 한다거나 놀거나 쉰다고 한다. 노동으로 인한 수입 활동이 없다면 보통 그렇게 말하니까. (요새 일 하세요? 라고 했을 때 그건 돈 받는 일을 뜻하니까.) 아무튼 이 는 순전히 나의 선택으로 인한 것으로 탄산씨 요새 뭐하고 살아요~ 안부를 물으면 고 한다. 집에 있으니까 충실하게 사실을 반영했다. 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좀더 긍정적인 반응이 필요한 경우 라고 한다. 사실 거짓말이다. 머릿속은 아주 바쁘다. 내년이 되면 일을 시작해야지, 그런데 일을 시작하려..

2024.11.14

두팔이

만두팔과 나는 친구다. 우리는 같은 직장을 다녔다. 원래 친구였던 건 아니고… 직장에서 만나서 친구가 되었다. 직장에서 친구를 왜 만들어? 할 사람도 있겠고 내가 했던 생각과 다르지도 않지만... 또 딱히 그러려던 것도 아니지만... 가끔은 그냥 그렇게 되는 일이 있다. 선후배나 입사 동기라던가 그런 것도 아니다. 로 출판사 미술부에서 일을 하며 주로 만나게 된 사람들은 해외문학 편집자였다. (이미 썼다시피) 그들은 무척 점잖고 예의바른 사람들이었다. 내게 (손위) 편집자 선배나 팀장들은 허물없이 대하면서도 존중하는 자세를 보였고 (나와 비슷한 나이쯤으로 보이는) 팀에서 막내 역할을 하고 있는 편집자들도 비슷한 태도였는데 거기에 더해 왠지 모르게 불필요할 정도의 저자세로 나를 어렵게 대한다는 인상을 받았..

2024.11.13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이너*

(*나카오카 겐메이의 책 제목에서 따옴. 물건을 새롭게 만드는 것보다는 있는 물건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에 대해 설파하는 책이지만 이 글은 그런 내용은 아니다.)   면접 겸 테스트를 보러 난생 처음 파주를 가보게 됐다. 정식 명칭은 지만 일하는 동안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거의 못봤다. 초입부터 산화철 등의 통일감 있는 소재로 건설된 가로등이나 안내판 등의 시설물은 이곳이 다른 곳과 확연하게 구분된 라는 느낌을 준다. 단지 안은 다양한 형태로 멋지게 건축된 출판사 사옥들이 주르르 늘어서 있어 각각의 건물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낮이라 그런가 엄청나게 춥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황량하기는 했다. 기온보다는 시각적 황량함 덕에 한기를 더 느꼈던 것 같다. 각기 다른 사옥임에도 층고는 비슷하..

2024.11.12

무탄산 연대기(2)

몇 개월 후 잡지 공방 워크숍을 열었던 책방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할 를 구했고, 워크숍으로 생긴 연 덕분이었는지 일주일에 몇 번 마포구로 출근할 수 있게 됐다. 맥북프로를 넣은 1kg가 될법한 백팩을 이고 지고 다니면서도 트렌디하고 힙한 공간으로 출근하게 된 것에 기뻐했다. 당시의 독특했던 홍대 느낌이 다분한, 사교적이고 활동적인 커플이 운영하는 멋진 문화 공간이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였고 그들도 내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지원을 해주려는 등 최대한 편의를 봐주려고 노력했다. 다만 당시의 역할로 무슨 일을 제안할 수 있는지, 그게 어디까지 범위여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책방에서 진행하는 중요한 행사가 여럿 있었지만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된 이후 혹은 직전에 아는 경우가 많았다. 하다 못해 택배 발송이라도 하..

2024.11.11

무탄산 연대기(1)

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복잡미묘한 기분이 든다. 실제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한다는 건 무례할지 모르나 비슷한 업종에서 일하는 나는 일과는 관련이 별로 없을 테니 말하는 사람의 잘못은 아니다. 실제로 나도 업무 시간 외까지 자기개발 활동을 해야할 것 같은 압박이나 부담감, 다음날 출근 걱정에 괴로움에 시달리고 싶지 않다는 가벼운 푸념 내지는 진지한 고민이라고 이해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느끼는 복잡미묘한 기분의 정체는 뭘까? 가끔 현재 시점에서 라고 말하게 될 때가 있고 그럴 때마다 헉 그래요? 전혀 몰랐어요. 하고 놀라는 사람들의 반응을 봤을 때 그 복잡미묘한 기분이 그것과 맞닿아 있는 게 아닐지 짐작해볼 뿐이다.  디자인과 4학년이 되자 졸업..

2024.11.10

사직서 쓰는 방법

이웃님들(0명) 안녕하세요~오늘은 직장 생활의 상식! 사직서 쓰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회사원들은 누구나 가슴 속에 사표 한 장쯤 품고 있다는 유명한 말도 있죠? 매일 출근하며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가라앉히기에사직서 작성만한 것이 없는듯해요~ 그럼 작성 방법을 알아볼까요? 일단 사내 인트라넷이나 서버 등 사내 사직서 양식을 미리 찾아두셔야 해요~막상 회사에서 꼭꼭 숨겨두어 양식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등 곤란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하네요?(헉! 충격!) 그렇다고 연진이처럼 사직서를 쓰다가는 수리되지 않을 확률이 99%~ 상황이 닥쳤을 때 사직서를 작성하려고 하면 다급해지는 경우가 있으니 꼭! 미리 준비하세요! 주변에 퇴사하는 분께 미리 여쭤보는 것도 좋습니다. 직접 양식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을텐..

2024.11.09

피곤한 직장인의 건강 비결

내 첫 인상은 비리비리해 보이는 듯하다. 한의학적으로는 소음인이라고 하고 겁 많고 두려움 많고 소심하다고 통칭되는 그런 부류의 인간이라서인지 기력이 없어 보이는데... 실제로도 기력이 없다. 희미한 인상의 외모와 보통 신장임에도 키가 작아보인다는 얘기를 듣곤 하는 (기력 탓인지 소음인적인 기질 탓인지 모르겠으나) 구부정한 자세까지 이런 첫 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스스로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건 있다. 매일! 너무! 피곤하니까! 어느 날 점심에 좋아하는 동료가 너와 오전에는 업무 대화를 나누기가 좀 어려워… 라고 어렵게 말했다. 응? 왜? 오전에는 항상 표정이 개썩어있어! ...미안했다. 충격도 받았다. 근데 피곤한 걸 어떡해…? 오전 시간만 힘든 게 아니라 오후에 그나마 나은 거고..

2024.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