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상을 본 건 정말 아무 생산성 없는 하루를 보내던 날이었다. 숨 쉬는 것마냥 무의식적으로 핸드폰 화면을 켜고 인스타그램 앱을 연다. 팔로잉 숫자가 많지 않으므로 올라온 게시물들을 금세 다 보고 나면 생각할 틈 없이 돋보기 아이콘을 누른다. 돋보기 아이콘을 누르는 즉시 시간을 죽이는 것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걸 알면서도 매번 누른다. 디자인 취업(항상 영어로 WE ARE HIRING을 외친다) 디자인 관련 게시물(디자인할 때 절대 XX하지 마세요!) 의미 없는 춤사위(왜 조회수가 많은 걸까?) 별로 알고싶지 않은 셀럽 가십과 연예 정보(이런 걸 매일 열심히 만드는 사람을 상상해 본다) 잘난 사람들이 잘 살고 있는 게시물(불안감 상승) 각종 회화 공예 작품과 디자인 작업물(그나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