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완 22

나는 짱이다, 나는 미쳤다, 나는...

https://mutansan.tistory.com/13 21일간의 글쓰기 훈련(?)을 무사히 마쳤다. 쉽지만은 않았다. 왜냐면 다 쓴 거 아닌데 누르면서 아직 완성 다 안 한 시안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누가 볼새라 미친듯이 수정 또 수정함. 수정이라기보다 안 쓴거를 이어 쓴거지만. 매일 죽을 것 같았는데 (또 엄살) 순식간에 이렇게 21일이 지나갔다고? 싶다. 지금 약간 스톡홀름 증후군 비슷한 증상으로 이렇게 또 쓰고 있음. 블로그 말투로 써볼려고 한 을 빼면 스무 개의 글을 썼고 도합 6만자 정도 되는 두툼한 결과물을 마주하니 (살코기 비율이 얼마나 되는진 모르겠지만 말야) 나도 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모르겠다... 여기에 터를 잡았으니 계속 여기에 써볼까 싶기도 하고. 글쓰기 습관을..

2024.11.28

마음은 하나요 느낌도 하나요

며칠 전에 생일이었다. 이제 만 39살이 되었다. 세는 나이로는 곧 41살. 대부분의 경우 나이 얘기는 대충 눙치고 싶다. 먹을 만큼 먹었슈.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면 그 숫자가 유발하는 어떤 유형화와 일반화에 가둬지고 싶지가 않다ㅜ 그렇다고 나이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나이를 오질라게 의식하고 있다는 반증일지도... 어차피 더 먹은 사람들한테는 어린애고 덜 먹은 사람들한테는... (생각하기 무서움) 30대가 되었을 때 세는 나이로 따졌는데 이젠 만 나이가 법적(?) 나이라고 하니 생각지도 못하게 30대를 길게 보내는 느낌이다. 미국 드라마 같은 걸 보면 30세 생일 해가지고 호들갑 심란해하는 여자 나오고 여행가고 그러던데 막상 그 나이가 되니 심란한거 하나도 없고 마냥 좋았다. 나이 따지는 ..

2024.11.27

금지어

1차 시안이라는 말은 나의 발작 버튼이다. 어디 한 번 달라고 해보십시오. . 초반 몇 년간은 드러내놓고 불쾌감을 표현했고 경력이 좀 쌓인 후로는 티를 안 내려고 했지만 그 말을 들으면 예민하게 반응해버리고 말았다. “1차… 시안요?” 이어서 농담을 던질 만한 사이라면 "몇 차까지 받으실건데요?" 라고 하고 그런 사이가 아니면 '님도 표지 문안이나 보도자료 1차 2차 3차 시안으로 작성하나요?'라고 속으로만 생각한다... 편집자 얼굴에 앗차 하는 표정이 순간 스치고 그게(?) 아니라는 궁색한 변명이라도 듣는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일단 허허 웃어본다. 그리고 “그 말은 좀 곤란한 기분이 드네요... 선배나 상사가 1차 시안이라는 말을 자주 쓰셨나봐요…” 라고 말한다... 치졸..

2024.11.26

손민수

머리를 싸쥐며 핀터레스트의 여러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표류하던 어느 날~ 멋진 작업을 한다고 생각했던 북디자인 스튜디오의 책 표지가 외국 포스터 디자인을 완전히 베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은 절판됨) 같은 도서끼리의 비교가 아니어서 그런지 이런 문제제기는 못 본 거 같은데 이유가 뭘까… 일단 디자이너가 아닌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서? 포스터와 책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해서? 표절은 같은 책끼리만 통하는 거라? 아무튼 조형의 유사성이 너무나 명백했기 때문에 그후의 작업물도 의구심을 갖고 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 스튜디오가 승승장구 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만약 그 사실을 출판사 측에서 알았다고 하더라도 디자이너의 도덕성이 흠집나고 클라이언트인 출판사가 일을 안 줄까? 그렇지 ..

2024.11.25

직업의 세계

나는 로 소개된다. 스스로 북디자이너라고 말하는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지금도 북 디자이너로 소개된다는 둥 피동형으로 발을 빼고 있다. 어차피 일하는 업계에서는 디자이너라고만 해도 통하고 회사를 다니던 시절에는 그냥 출판사 미술부 소속이라고 하면 됐으니까 어색한 것인지도 모르고 왠지 북디자이너라는 말이 쑥스러운 것 같기도 하다… 왜 쑥스러운 건지는 모르겠네… 책을 만든다고 퉁치듯 말하기도 하는데 편집자도 책 만든다고 하니까 헷갈릴 것 같기도 하고… 디자인 쪽에서는 어차피 편집/그래픽 분야에 포함되는 것이니까 편집 디자이너나 그래픽 디자이너라고 할 수도 있고 오해가 생길 것 같다면 단행본 디자이너라고 해도 되지만 역시 designer에는 book이 잘 붙고 부르기도 명료한가 싶기도 하다. ..

2024.11.24

봐도봐도 모르겠는 축구

올 시즌부터 축구를 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K리그1, FC 서울 홈경기를 직관으로 주로 봤다.이유야 여러 가진데 순차적으로 떠올려보면 어느샌가 같이 사는 사람이 갑자기 축구 컨텐츠를 엄청나게 몰입해서 본 시점이 있었으며 내가 거기에 점점 오염(?)된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일년 전부터 붙어있다시피 생활하므로 서로가 보는 컨텐츠가 필연적으로 섞이는데 딱히 관심없는 컨텐츠에 노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컨텐츠 종류도 참으로 다양하게 각잡고 만든 ott 다큐멘터리, 선수들과 감독들을 집중 포커싱한 유튜브 영상, 경기 하이라이트, 축구 팬들을 위한 전문 정보 전달 영상 등... 돌이켜보니 이제껏 생활 속에서도 예를 들어 라고 고민하면 반 페르시*처럼 쓰라고 하는 둥 축구 밈을 일상적으로 사용했고 머리에 물음표..

2024.11.23

업무 도파민

책 만드는 일에는 중독성이 있다. 시간을 들여서 책을 만드는 과정은 오히려 즉각적인 것이 아니어서 인쇄소에서 갓 나온 책을 손에 잡아 쥐는데에 더 쾌감이 있는듯하다. 뭐 산고 뒤 출산의 기쁨이라고도 옛 사람들은 말한듯도 하고... 예전보다는 데이터로 존재하는 것들이 많아져서인지 손에 잡히는 물성이 주는 만족감이 더 커진듯도 하다. 저자가 속을 썩였던 편집자나 결정권자에게 시달렸던 지난하고 거지 같던 과정들도 싹 잊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책이 나오고 나면 또 다 지나고 나면 또 괜찮아지는 것이다. 과정이 보정되고 미화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책을 만들고 또다시 그 고생을 하고 있다. 타임루프물에 갇힌 도파민 중독자들...  방금 나온 책을 쥐는 것도 좋았는데 본격 SNS 시대가 되며 만든 책의 반응을 즉..

2024.11.22

길 산스는 쓰지 마세요*

* 는 푸투라(futura) 서체의 매력과 그 쓰임처를 두루 알 수 있는, 찬사에 가까운 책이지만 이 글은 그런 내용은 아니다… 대학에 입학하며 단연 기대했던 수업은 타이포그라피였다. 수강신청부터 설렘과 들뜸으로 가득했던 기분이 생생하다. 타.이.포.그.라.피.1. 발음도 멋지고 전문적인 (간지가 좔좔 흐르는) 이런 대박적으로 멋진 것(어휘 빈곤...)을 정식으로 배우게 되다니... 대표적인 라틴 서체 10종을 배우며 방안지와 미농지에 라틴 문자의 곡선과 직선을 따라 그리는 시간은 디자인의 세계로 들어왔다는 뿌듯함으로 가득했다. 수업 최종 과제로 서체의 매력을 드러내는 포스터를 만들 때는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모른다… 고전 스타일, 모던 스타일, 세리프와 산세리프로 나뉜 서체들은 바라볼수록 고유한 아름..

2024.11.21

습관성 전전긍긍

언젠가 다른 디자이너에게 표지 시안을 작업한 후 그것을 제출하고 피드백을 기다리는 과정이 제일 긴장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믿기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니 대체 왜? 걍 내가 표정이 없어서? 아니면 설마... 내가 잘 해서(ㅎㅎ??)? 내가 십 년을 일했던 백 년을 일했던 그 긴장감은 마찬가지일 것 같다. 불안감 긴장감이 나만 너무 심한 것 아닐까 싶어서 언젠가 부장님한테 부장님도 시안 주고 나면 긴장 되시나요? 물어본 적도 있다. 답은 당연하지~ 였다. 경력이 길어지면 익숙해지는 것도 있을테고 자신에 대한 믿음도 있을 것 같고... 시안 줄 때도 당당…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덤덤할 줄 알았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 사람들 말에 일희일비하게 된다. 다른 디자이너들도 어느 정도 긴장은 하겠지만, 이 정도..

2024.11.20

ESFJ

첫인상에 대해서 날 아는 사람들에게 다 물어보고 다닌 적은 없지만 어렸을 때부터 나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살았다. 내 첫 인상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닌 것 같다는 껄적지근한 기분을 항상 달고 살았다... 첫 인상, 거기에서 비롯된 선입견은 같이 지내거나 나를 좀더 알게 된다면 풀리리라 생각한 적도 있다. 뭐 그런 적도 있었겠지만 (철없던 시절의... 희망회로였음...) 편견이나 선입견은 정말 강한 힘이 있으며... 어떤 사람들은 한번 한 생각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수많은 오해들이 떠오른다... 살갑지 않고 애교가 없으며 성실하지 못하고 뺀질거리며 뒷심이 없고 등등... 어느 정도는 그들이 본 그대로가 내 모습일 수 있다... 그런 들은 마음에 남았는데 나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지 ..

2024.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