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에서 작심삼주 오블완 챌린지가 열린다는 소식을 트위터에서 보게 되었고... 소개한 트윗에는 네이버 블로그에는 뭐 AI 학습에 관해서 글을 제공하는 그런 약관도 있댔나... 하며 티스토리를 쓰자고 주장하고 있었다. 마침 잘 됐다 싶었다. 계약한 원고가 있고 계약일은 지났고 출판사의 눈치를 한껏 보는 중이었으니까... (눈치를 주지는 않았다. 내가 알아서 보고 있었다.) 원고를 계약한 후에는 써야지 하면서 글감을 모은다는 핑계로 병렬 집필을 시작했다... 들어는 봤나? 병렬 집필. (집필이라고 하는 것도 민망스럽다.) 이건 쓰는 것도 아니고 안 쓰는 것도 아니고. 이것저것 주제에 따라 말도 안되는 말을 시부렁거리면서 써논 주정에 가까운데 며칠 후에 다시 보면 뭔 말인지도 하나도 몰라서 역시 키보드로 친다고 혹은 펜으로 적는다고 다 글이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뭐 쓴다고 썼어도 문장 자체도 말이 안되고, 문장끼리 연결이 안되어서 정리를 하는 데 한참 걸렸다. 출판 계약을 한 걸 아는 사람중에 원고 썼냐고 물어보는 친구들이 몇 있었는데 심지어 머릿 속으로 쓰고 있다는 핑계도 댔다. (대문호 나셨음) 이건 뭐... 할 말이 없다. 어제 자기 전에 생각한건데 이렇게 비효율적인 글쓰기를 하는 이유는 일단 글 쓰는 걸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고 (글을 꼭 배워야 쓸 수 있냐고 하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배움이 도움이 안 될리는 없다...) 뭔가 생각은 해논 게 있지만 감상만 가득해 글로 쓰며 논리를 정리하는 게 어렵다... 등 스스로에게 핑계를 열심히 대고 있었다. 그냥 이럴 생각할 시간에 한 자라도 더 쓰는게 정답인 걸 알면서도... 아무튼... 이제는 정말 집중해서 뭔가를 토해내야 할 때가 되고 있었다... 그게 정말 토라도 말이지...
야심차게 원고를 시작할 무렵에는 그전에도 종종 쓰던 구글 문서로 원고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글을 하나를 쓰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글을 써야 했기에 중언부언을 피하려면 하나의 문서에서 시작해야 했는데, 하나의 주제 아래에 두세 문장 정도가 넘으면 대체 뭘 말하려고 하는건지 모르겠는 상황에 자주 빠졌다. (심지어 가지고 있는 구글 문서 중 하나는 분량이 공백 포함 9만자가 넘는데, 말이 되는 부분은 하나도 없다.)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나는 텍스트 파일, 페이지스, 심지어 인디자인까지 이용해 글을 작성했다. 그러나 무엇을 써도 정리가 될 기미가 안 보였다. 그러면서 하드웨어도 데스크탑에서 랩탑으로 바꾸는 변화를 시도했으며 그 사이 수많은 생산성 앱과 신박한 문서 작성 앱을 찾아 헤맸으며... 환기가 필요한 것 같아 네이버 블로그에 원고 아닌 글도 썼다. 그러다... 노트와 펜을 준비했다... 뭐가 문젠지 모르겠지만 분명 도구의 문제는 아니었고 꾸준하게 산만함을 발휘하다가 돌아버릴 지경이 됐으며 (회피를 그런 식으로 했을수도) 결국 올해가 가기 전의 마지막 희망으로 티스토리 오블완에 사활을 걸기로 했다는 그런 얘기다...
네이버 블챌은 일주일에 하나 글 작성이었는데, 티스토리는 매일 쓰라는 것도 나의 원대하고 무리한 계획에 도움을 주겠다 싶었다. 일단 쓰레기 글이라도 매일 쓰는 거야! 못하면! 어쩔 수 없지! 라고 하면서도 실패하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낙담하면 또 회복의 시간이 상당 기간 필요할테고... 그러니까 그냥 매일 써야한다. 운명의 11월 7일. 티스토리 오블완 챌린지가 시작되었고 나는 노트에 끄적여둔 글을 좀더 정리하고 덧붙여 겨우 포스팅을 내보냈다. 첫 포스팅은 <거대 호박의 시간>으로 3천자 중반 정도의 분량이었다. 흠? 뭔가 되긴 되는구만? 생각과 함께 내일은 뭘 써야하나 매일 이렇게 쓸 수는 없으니 세이브 원고라도 만들어놔야하는데(하하) 하며 시간에 쫓기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비밀 댓글이 달렸다. 조금 설렜으나... 스팸 댓글이었다. 알찬 정보 감사합니다 (뭔 정보) 포스팅 잘 보고 가요 (그래) 도움이 됐어요 (도움이 됐을리가) 좋은 글이네요 (니가 뭔데 판단해?) 공감 꾸욱 (진짜 공감한 건 아니겠지만 고맙다.) 제 블로그에도 방문해주세요 로 귀결되는 인간성이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댓글이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읽는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했고 사실 그걸 바라지도 않아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뭐가 더 낫다는 건 아니지만, 네이버는 스팸 댓글이 달려도 그나마 연관 있는 스팸 댓글이 달리는 편이다... 블로그에는 정말 꾸준히 스팸 댓글이 달렸다... 나는 티스토리에서 <스팸 댓글>을 검색해봤다.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블로그를 개설하며 포스팅이 수익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게 좀 새롭게 느껴졌고 이게 티스토리의 차별점 혹은 자구책이겠구나를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었으나 이런 식일 거라고는 예상을 못한 듯... 그 영향인지 메인 페이지에 올라온 글조차 좋게 말하면 생생정보통, 나쁘게 말하면 사람의 흔적이 없는 느낌이라 이렇게 여기에 글을 쓰다보면 마치 AI세계에 남겨진 몇 안되는 인간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어쨌든 티스토리에서 매일 글쓰기 습관을 만들어보라고 하는 건 내가 생각한 <글쓰기>와는 조금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분량 문제가 아님)
아무튼 기쁜 소식은 반 이상 내가 해냈다! 는 것이다...! 21일중 11일이 지났고 11개의 포스트를 올렸다. 몇 개는 정말 블로그용 글이고(심지어 이 글도) 몇몇은 나중에 수정 보충이 필요하고 버려야 하는 글도 있는 것 같다... (제발ㅠ) 티스토리에서 천 자 이상 쓰라고 칼들고 협박한 것도 아니다. 그냥 내 기분 나쁨 방지를 위해 이러고 있는 것일뿐... 1일 1글쓰기는 정말 몸에 좋지 않다. 27일까지는 마감 시간 안에 빨리 마무리 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쓰다보면 그게 잘 되진 않았다. 옆에서 끙끙거리고 있으니 같이 사는 무심한 녀석은 처음부터 잘하려고 하지 말라는 영혼없는 소리를 했다... 처음부터 잘 하려고 했으면 블로그에 원고를 쓰고 있겠냐... 그래도 가시적인 성과는 있다. 나만의 연재를 시작한다는 개념이었으니 나머지 시일 동안 또 나와의 약속을 잘 지키면 된다. 문제는 대체 이런 글을 누가 읽을까 싶은데 계속 써야만 한다니 그게 정말 마음의 걸림돌이다. 그 걸림돌을 계속 안고 가는 수밖에 없고 그저 소걸음처럼 가야한다는 것도 알지만 도파민에 절여진 현대 한국인인 이상 자꾸 즉각적인 반응을 바라게만 된다. 뭘 별로 쓰지도 않았는데 조급해지고 안달이나고 빨리 평가를 받고 싶고... 근데 그렇다가도 보여줘도 괜찮은지 모르겠고, 보여주면 괜찮다고 해서 정말 괜찮은지도 모르겠고... 굳이 폐관수련의 환경을 만들지 않더라도 글쓰는 것 자체가 폐관 수련의 경지를 유도하는 것이 있고 나 자신을 잘 다독이면서 이 수련을 잘 끝내봐야 한다... 오블완이 끝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