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싸쥐며 핀터레스트의 여러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표류하던 어느 날~ 멋진 작업을 한다고 생각했던 북디자인 스튜디오의 책 표지가 외국 포스터 디자인을 완전히 베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은 절판됨) 같은 도서끼리의 비교가 아니어서 그런지 이런 문제제기는 못 본 거 같은데 이유가 뭘까… 일단 디자이너가 아닌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서? 포스터와 책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해서? 표절은 같은 책끼리만 통하는 거라? 아무튼 조형의 유사성이 너무나 명백했기 때문에 그후의 작업물도 의구심을 갖고 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 스튜디오가 승승장구 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만약 그 사실을 출판사 측에서 알았다고 하더라도 디자이너의 도덕성이 흠집나고 클라이언트인 출판사가 일을 안 줄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저 출판사는 다른 출판사 책이랑 같아 보이지 않는다면 더 나아가서 논란이 될 일만 없다면 아무 상관 없어할 것 같다고...
한편으로는 표절로 오해받는 상황들도 많이 있다. 그럴 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느낌임… 사람마다 같아 보인다고 느끼는 기준이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의 산이라는 책에 설악산 울산 바위 있고 울산바위의 전설이라는 책에 설악산 사진이 있을 때 이것을 표절이라고 하진 않겠지만… 이를테면 어떨 때는 그런 유의 유사성에도 표절 딱지를 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의미를 상징하는데 쓰였는데 우연히 그 사물이 같은 경우일 때도 있다. 맥락없이 겉만 보고 똑같다고 생각하는 건 왜 그럴까? 디자인은 편집과 연출의 영역이니까 더욱 그런 것이 헷갈리는 듯도 하다….
작정하고 베낄려는 사람이 있을까? 당연히 있다. 그리고 디자이너 의지가 아니라 회사의 방침일 수도 있고. 요한 하리의 <벌거벗은 정신력>은 그런 점으로 좋지 않게 화제가 됐었다. 근데 수정했어도 뭔가 궁색한 느낌이다… 원래 표지랑 별로 다른게 없어… 하지만 애초부터 그런 달라보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는게 웃긴 것 같음… 유명한 시인선 시집을 그대로 베껴서 냈던 출판사도 있다. 이런 건 그냥 귀엽다고 해야하나. 묻어가고 싶어용. 하는... 명백한 표절을 바라봤을 때는 스킬 부족이라는 생각이 들고 대부분 그런 게 원인일테고 그 응용력에 그저 안타까움을 표할 뿐이다…
그래서 내가 표절이라고 생각하는 기준: 아예 표현의 형식으로 굳혀진 방식도 있겠고 어떤 개념에 대한 발상 자체는 대체로 비슷하므로 디자인에서의 표절은 나도 되게 신중하게 말하게 되는데 대체로 어떤 작업만을 위해 독창적으로 만들어진 그래픽적 형태가 변별점이 되는 경우엔 빼박이라 생각함.
어느 세계에나 손민수는 있지만… 모두가 본인이 손민수라고는 생각 안하고 손민수 당한다고만 생각한다고 한다... 저 사람이 나 따라한 거 같다… 아마 동의를 원하는 것이겠지? 보통 그런 하소연을 들었을 때 내 반응은 솔직히 딱히 뭘 대단한걸 한것도 아닌데 왜 저러지 이런 건 범용적인 스타일이 아닌가… 님만의 것이 있을거라고 생각함? 님이 최초로 생각한것임? 의식하지 않았다고 절대로 외부에서의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있음? 이지만 그대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정말 진지하게 베낀 것 같다고 하면 그 사람에게 따지거나 이의제기 할 수 있는지? 내가 할 말은… 직접 가서 얘기해보면 어때요…? 밖에 없다… 실제로 그랬든 아니든 이의제기를 내가 해줄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고 내가 그런 생각을 안 하는 것도 아니다. 어… 저거… 왠지 내 파일에서 가져온거 아님…? 혹은 이건 왠지 내 작업물을 보고 참고한 것 같은데? 그렇게 동료를 의심한 적이 없다고 못함… (회사 내에서는 최종 파일을 공유해두어야 한다) 그런데 뭔가 뺏겼다는 기분이 든다고 해서 그게 진짜 뺏긴건가? 편집증적 생각으로 빠지면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표절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소한 모티프나 발상 혹은 스타일 방법론에서 그런 의심이 드는 적이 몇 번 있었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내가 가진게 훔쳐가고 싶을 정도로 좋아보였나? 그럴 정도로 괜찮아보였나… 물론 근데 그게 더 잘된 것 같을 때는 나도 인간이라 억울한 감정이 들 것 같긴 하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어떻게 대처하기로 했나? 내가 고민하고 괴로워했던 시간은 그만큼 저에게 쌓이는 것이니까 결국에는 최근에는 그렇게 해봤자 네 손해다 이런 생각...? 그리고 남들은 알아주지 않을지 몰라도 어떤 면에서는 내가 그만큼의 영향력이 있고 나름 일을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일을 하는 시간이 오래 쌓여가면서 생긴 어떤 여유일 수도 있겠고... 정신 승리일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어느 작업이든 완벽하게 독창적인 것은 없고 나 자신부터 엄청나게 창의적이거나 독창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을 스스로 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도 모르게 내 것처럼 생각하는 부분이 있겠고 혹시라도 그런 게 있다면 솔직하게는, 어떤 식으로든 드러나지 않게 해야겠다는 압박도 있다. 디자이너는 잘 훔쳐야 하는 직업이라고도 하는데 기준점이나 중심점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어떤 마음가짐 혹은 태도로 작업을 해야할까 아직까지도 고민이 많은 부분이다…
남이 나를 손민수했다는 것을 신경쓰기에는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뭔가를 따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 자신을 의심하기 바빠서 남을 의심할 여유가 별로 없다…… 어느 정도 영향받고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면 오히려 위험한 것 같다. 내가 생각한 이미지와 유사한 것들은 지금도 널려있다. 어떤 단어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람들마다 다 비슷하고… 어떻게든 다르게 해보려고 애쓰고 참고해보고 싶은 스타일이 있다면 더 뛰어나게 발전시키던가 의미를 넣던가…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봐야 한다… 베끼지 않기 위해…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잘 베끼기 위해……. 아이고... 정리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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